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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는 왜 반복되는가: 사고원인 분석과 근본원인 제거의 기술

읽는 시간 약 14분
산업현장에서 유사한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다룬 포스터 이미지
산업현장에서 유사한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다룬 포스터 이미지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 방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대개 비슷하다.

“작업자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지만 산업안전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여기서 분석을 멈추지 않는다.

작업자의 행동만 원인으로 지목하면 사고의 표면적인 현상은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작업자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조직과 설비가 그 위험한 행동을 막지 못했는지까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고조사 자료를 보면 사고원인을 단순한 작업자의 실수에 한정하지 않고 위험성평가, 작업허가, 작업절차, 교육훈련, 설비 설계, 작업관리 등 여러 단계의 결함을 함께 분석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KOSHA)

따라서 산업재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 전체를 분석해야 한다.


1. 산업재해 원인을 ‘작업자의 실수’로 끝내면 안 되는 이유

예를 들어 제조공장에서 작업자가 운전 중인 설비의 위험구역에 손을 넣어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사고 직후 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확인될 수 있다.

“작업자가 설비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손을 넣었다.”

이것만 보면 작업자의 부주의가 사고원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적인 사고조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어서 던져야 한다.

  • 왜 작업자는 설비 내부에 손을 넣었는가?

  • 설비를 정지시키는 절차가 있었는가?

  • 작업자는 그 절차를 알고 있었는가?

  • 절차를 지키면 생산에 지장이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었는가?

  • 설비에는 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었는가?

  • 방호장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작업이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었는가?

  • 비상정지장치는 적절한 위치에 있었는가?

  • 정비·청소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는 실시됐는가?

  • 관리감독자는 작업방법을 확인했는가?

질문이 하나씩 추가될수록 사고의 원인은 개인의 행동에서 작업방법과 설비, 관리체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것이 사고원인 분석에서 말하는 중요한 관점의 변화다.

“누가 잘못했는가?”에서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는가?”로 시선을 바꾸는 것이다.


2. 직접원인과 근본원인은 다르다

산업재해를 분석할 때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그 뒤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직접원인

사고가 발생한 순간에 직접적으로 작용한 위험요인이다.

예를 들어,

  • 회전하는 기계에 신체가 접근

  • 안전난간이 없는 장소에서 작업

  •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

  • 화학물질 누출

  • 지게차와 작업자의 동선 충돌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원인을 제거했다고 해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근본원인

직접적인 위험이 존재하도록 만든 조직적·기술적·관리적 원인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계 끼임사고가 발생했다면 근본원인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방호장치 미설치

→ 위험구역에 작업자 접근 가능

→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접근

→ 끼임사고 발생

그런데 방호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까지 조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설비 설계 단계에서 위험성이 검토되지 않았는가?

  • 설비 변경 과정에서 안전검토가 누락됐는가?

  • 위험성평가에서 해당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 생산성을 이유로 방호장치를 제거했는가?

  • 정비작업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가?

이 단계까지 내려가야 비로소 근본원인에 접근할 수 있다.


3. 사고조사는 ‘5 Why’에서 시작할 수 있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원인 분석 방법 중 하나가 5 Why 방식이다.

사고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반복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기계에 끼였다고 해보자.

Why 1

왜 작업자가 기계에 끼였는가?

→ 기계의 위험구역에 손을 넣었기 때문이다.

Why 2

왜 위험구역에 손을 넣었는가?

→ 기계 내부에 걸린 제품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Why 3

왜 손으로 제품을 제거했는가?

→ 제품 제거를 위한 별도의 안전한 작업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Why 4

왜 안전한 작업방법이 없었는가?

→ 정비·이상처리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와 작업절차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Why 5

왜 위험성평가와 작업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는가?

→ 비정상 작업을 포함한 안전관리 체계가 생산공정 중심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석하면 사고원인은 단순한 “작업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작업방법과 위험성평가, 관리체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실제 사고조사 자료에서도 근본원인을 분석할 때 설계상의 문제, 위험성평가 결함, 작업허가, 작업절차, 교육훈련, 작업환경 등 여러 요소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볼 수 있다. (오쉬리)


4. 사고가 반복되는 사업장의 공통적인 문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사업장에서는 단순히 작업자 교육만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교육을 실시하고,

또 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교육하고,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또 교육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사고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위험한 작업환경은 그대로인데 사람에게만 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일 무거운 부품을 사람이 직접 들어야 하는 작업환경에서

“허리를 조심해서 사용하세요.”

라고 교육하는 것과,

“중량물을 자동으로 운반할 수 있도록 작업공정을 개선한다.”

는 것은 안전관리의 수준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작업자의 행동에 의존하지만 후자는 위험 자체를 줄이는 공학적 개선이다.


5. 근본원인 제거는 ‘사람을 조심시키는 것’보다 앞선다

산업안전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위험요인을 가능한 한 근본적으로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한다면,

단순히

“안전대를 반드시 착용하세요.”

라고 교육하는 것보다 먼저

높은 곳에서 작업할 필요가 없는 공정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안전한 작업발판이나 난간 등 추락위험을 줄이는 설비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추락방지용 보호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위험 제거 → 공학적 개선 → 관리적 개선 → 보호구

라는 관점에서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구는 중요하지만 모든 위험을 작업자의 개인 보호구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6. 위험성평가는 사고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사고 전에 작동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는 사업주가 건설물, 기계·기구·설비, 원재료, 근로자의 작업행동 및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위험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쉬리)

중요한 것은 위험성평가가 문서 작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위험성평가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서 가장 심각한 사고는 무엇인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설치된 안전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가?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알고 있는가?

비정상 작업에서도 안전조치가 유지되는가?

작업방법이나 설비가 변경됐을 때 위험성평가도 다시 이루어졌는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위험성평가를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사고 예방과 재발방지의 핵심 수단으로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강조하고 있다. (KOSHA)


7. ‘정상작업’보다 ‘비정상작업’을 봐야 한다

산업재해를 분석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비정상작업이다.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때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 기계에 제품이 걸렸을 때

  • 설비가 고장났을 때

  • 청소할 때

  • 정비할 때

  • 부품을 교체할 때

  • 생산라인을 변경할 때

  • 긴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이때 작업자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고조사에서는

“정상적인 작업절차가 무엇이었는가?”

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작업자는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고조사 사례에서도 작업계획서 미이행, 혼재작업 위험성평가 미흡, 작업지휘와 신호체계 등의 문제가 사고원인 및 예방대책으로 분석된 사례가 있다. (오쉬리)


8. 설계단계에서 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문적인 안전관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에 안전표지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근본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비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접근할 수 없는 구조

  • 정비 시 에너지를 안전하게 차단할 수 있는 구조

  • 이상상황 발생 시 자동 정지하는 시스템

  • 작업자의 접근을 감지하는 센서

  • 안전장치 해제 시 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인터록

등을 고려한다면 작업자의 실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산업안전은 “작업자가 실수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에서 “실수가 발생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9. 사고조사의 최종 목적은 책임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을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를 찾는 것”으로 정의하면 재발방지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같은 조건이 다시 만들어졌을 때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작업자에게 주의교육을 실시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음날 다른 작업자가 같은 작업을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개선조치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위험구역에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정비 시 에너지 차단절차를 적용하며, 작업절차를 개선했다면 특정 작업자의 주의 여부에 관계없이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이 시스템 중심의 안전관리다.


10. 좋은 재발방지대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사고 이후 작성되는 재발방지대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 있다.

“작업자 안전교육을 강화한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개선대책은 구체적인 행동과 책임, 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작업자 안전교육 실시

개선

해당 설비의 정비·청소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재실시하고, 에너지원 차단절차를 작업표준서에 반영한 후 작업 전 확인절차를 운영한다.

이처럼 바뀌면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가 명확해진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고조사 자료에서도 재발방지대책으로 작업계획서 이행, 작업지휘, 위험성평가, 신호방법 개선, 설비의 근원적 안전 확보 등 구체적인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오쉬리)


11. 산업재해 예방의 핵심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의 안전·보건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

따라서 안전관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고

작업자가 이를 이해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것

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고나 아차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정보를 다시 위험성평가와 작업방법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안전관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결론: 사고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탓하지 않는 분석’이다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작업자의 실수 하나만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뒤에는 불완전한 작업절차, 위험성평가의 한계, 설비의 구조적 문제, 관리감독의 부족, 교육훈련의 문제, 생산 중심의 작업환경, 의사소통 부족 등 여러 요인이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 관점의 사고조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누가 잘못했는가?”

가 아니라

“왜 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하면 같은 조건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가?”

이다.

결국 산업안전의 수준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위험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얼마나 근본적으로 제거하며, 사고와 아차사고에서 얻은 정보를 다시 안전관리체계에 반영하는가가 중요하다.

산업재해 예방의 핵심은 작업자에게 계속해서 “조심하라”고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실수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설비와 작업환경, 그리고 조직의 안전관리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산업안전에서 말하는 근본적인 재해예방에 가깝다.


📌 참고자료

※ 본문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업장의 법적 의무나 안전조치를 판단하기 위한 법률·기술 자문은 아닙니다.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때는 해당 시점의 법령, 고시 및 KOSHA GUIDE 등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sayeon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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